말씀 · 찬양

로시니의

  • 2019-03-08 13:02:52
  • 127.0.0.1

    

  음악과 함께하는 사순절 묵상1


마지막 카스트라토가 남긴

로시니의 <십자가에 못 박히심>


   카스트라토(Castrato), 변성 전의 소년을 거세하여 어른이 되더라도 여성의 높은 음역대를 대신

노래하게끔 만든 남성가수를 말합니다. 중세부터 르네상스 후반까지는 교회나 무대에서 여성이 노래하는 것을 불경스럽게 여겼습니다. 그러한 시대적 배경과 함께, 성공하기만 하면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었던 사회적 상황이 카스트라토의 무분별한 등장을 부추겼습니다. 18세기 즈음에는 이탈리아에서만 한 해 4,000명 이상이 거세했을 만큼 지원자가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상당수는 거세의 후유증이나 음악적 역량이 부족하여 평생 무대에 서보지도 못하고 비참하게 일생을 마쳤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는 미성인 반면, 대부분은 과성장하여 덩치가 상당히 컸습니다. 그래서 오페라 공연 때 여자 역할을 하는 카스트라토가 상대 남자 가수보다 몸집이 훨씬 커서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되곤 했습니다.

   우람한 골격과 넉넉한 폐활량으로 높고 힘찬 소리를 가진 뛰어난 가수가 여럿 등장했습니다. 영화 <파리넬리>로 잘 알려진 카스트라토 파리넬리는 18세기 가장 유명한 오페라 가수였습니다. 이후 인권유린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제기되어 교황청에서는 1903년 카스트라토를 공식적으로 금지시켰습니다.

   그렇게 사라진 마지막 카스트라토가 1913년까지 성시스티나 성당에서 노래하던 알레산드로 모레스키(1858-1922)입니다. 그의 삶은 참으로 기구합니다. 유아기에 탈장수술을 받으며 어쩔 수 없이 거세하면서 비교적 일찍 카스트라토의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혹독한 훈련과 연습으로 마침내 성공한 가수가 되었고 생전에는 로마의 천사로 불리며 가장 영예로운 자리인 성베드로대성당의 독창자까지 되었습니다. 또한 당시 막 발명된 녹음기에 자신의 노래를 남긴 유일한 카스트라토이기도 합니다. 그의 음반은 지구상의 유일무이한 카스트라토 음반으로 음악사적으로 매우 귀중한 자료입니다. 특히 카스트라토 발성 연구에 있어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의 녹음은 열일곱 곡밖에 되지 않습니다. 로시니의 <십자가에 목 박히심>은 그중 한 곡입니다. 원곡은 <작은 장엄미사>에 속한 소프라노 독창곡으로, 사도신경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아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라는 대목을 라틴어 가사로 쓰고 있습니다. 독립된 성악곡이 수도 없이 많은데 왜 미사곡의 일부분인 이 곡을 택해서 녹음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화려한 겉모습 뒤에 광대 취급을 받아온 회한의 삶을 되돌아보며 죽음을 맞이하고자 했거나, 십자가의 죽음을 부활로 승리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평안을 구하는 심경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만 해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노래는 깊은 고뇌와 잔잔한 평온함이 녹아들어 있는 느낌을 줍니다.

 

출처 : 2019 고난주간 묵상집, 아르마 크리스티 십자가에 달리다, 대한기독교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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