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 찬양

하이든의

  • 2019-04-04 17:24:41
  • 127.0.0.1

 

하나의 작품을 세 장르로

하이든의 <십자가에서의 일곱 말씀>

 

음악가는 다른 직업군에 비해 단명한 경우가 유달리 많았습니다. 특히 작곡가가 그랬습니다. 이유야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창작하는 과정에서의 불규칙한 생활과 불안정한 수입으로 인한 경제적 궁핍이 그 요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예외인 작곡가도 있습니다. 하이든(F. Haydn, 1732-1809)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자연사로 생을 마감한 얼마 되지 않는 음악가 중 한 사람입니다. 77세에 생을 마감한 하이든은 바로크, 고전 시대의 음악가를 통틀어 가장 장수했습니다. 오래 산 만큼 작품도 많이 남겼습니다. 살아생전에는 고전음악 형식의 틀을 다질 만큼 뛰어난 음악성으로 유럽 전역에서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여러 곳에서 작곡 요청을 받았고, 음악가 사이에서는 따뜻한 인품으로 파파 하이든이라 불리며 추앙을 받았습니다.

<십자가에서의 일곱 말씀>은 스페인 카디스의 교회에서 의뢰한 작품입니다. 특별히 그리스도의 수난과 최후의 칠언을 주제로 해달라는 주문이 있었습니다. 하이든은 이 곡에다 자신만의 특유한 아이디어를 접목시켰습니다. 예배를 집전하는 사제가 십자가의 말씀 하나를 낭송하면 그 후에 회중이 엎드려 기도하는데, 그때 그 말씀과 연관된 주제의 소나타를 만들어 연주하는 형태를 취했습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을 부제로 하는 일곱 곡 이외에 서주와 피날레를 덧붙여 모두 아홉 곡으로 이루어진 대규모의 관현악곡을 만들었습니다. 구성 자체는 뛰어났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실제 음악으로 옮기기란 여간 까다로운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훗날 하이든 자신도 매 곡마다 지루하지 않도록 작곡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 그리스도 최후 말씀의 의미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라고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공들여 만든 작품이 작곡가 자신도 만족스러웠는지 같은 곡을 소규모로 연주할 수 있게 현악4중주용으로도 편곡했습니다. 반향은 놀라웠습니다. 대 성공이었습니다. 이에 고무된 하이든은 재창작의 행로를 멈추지 않고 마침내 오라토리오 버전까지 편곡했습니다. 이렇게 관현악곡으로 태어난 작품이 현악4중주를 거쳐 가사가 붙은 오라토리오까지 오는 데는 11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때론 강렬하게, 때론 비통하게, 때론 무섭게 진행되는 화성과 다양한 리듬은 이 작품의 특징입니다. 그가 평생 쌓아온 자신의 원숙한 음악과 신실한 신앙이 담긴 최고의 작품으로 방점 찍히길 원했던 이 곡을 듣노라면, 유난히 마음에 와 닿는 말씀 하나가 있습니다. 날마다 내 무지함의 용서를 구한다 하면서도, 당신의 뜻을 식별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하면서도 매일 반복해서 당신을 십자가에 못 박는 어리석은 나를 향해 하시는 말씀 같습니다.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23:34)


출처 : 2019 고난주간 묵상집, 아르마 크리스티 십자가에 달리다, 대한기독교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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